질문을 요약하면 안캡 사회에서 범죄에 대한 처벌이 감금이나 몰수와 같은 물리적 폭력을 동원할 수 있는가? 만약 가능하다면 그 주체는 누가 되어야 하는가? 그게 가능하다면 현재의 국가와 다른 점은 무엇인가?를 물어보시는 거 같습니다.
저도 이 분야에 있어서 대단한 전문가는 아니지만 주워들은 바로 두가지 정도의 학설이 있는 것으로 압니다.
첫째로 물리적 폭력을 동원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파입니다. 안캡사회에서는 법과 질서가 없는 것이 아니며 다만 국가가 아닌 민간에서 제공할 뿐입니다. 현재로 따지면 보험회사나 치안서비스제공업자 정도로 볼 수 있겠네요. 심지어 국가주의 사회인 현실에서도 정부의 공식 법률서비스는 느리고 믿을 수 없어 고도화된 전문집단 내부에서 자체적으로 사전에 합의한 중재자를 통해 합의하는 케이스가 있습니다. 다국적 기업들은 서로 다른 법률 서비스를 신뢰하지 않는 경우가 있거든요.
이 경우 분쟁이 발생하기 전 사전에 서로가 이 사람이면 믿을만하다는 합의에 바탕해서 중재자를 선출한 것이기 때문에 가해자(혹은 최종 판결이 자신에게 불리하게 난 당사자)가 판결에 불복할 수 있는 논리가 빈약해집니다. 분쟁이 생기기 전에 같은 중재자를 선택했을 때만 가능한 모델이 아닌가? 하실 수도 있지만 그렇지도 않습니다. 물론 모든 분쟁이 생기기 전에 그럴 이견이 생길 걸 예상하고 서로가 합의할 수 있는 중재자를 선출할 수 있는 환경은 아닐 것입니다. 서로가 다른 치안회사와 거래하고 있는 경우가 대다수겠죠. 하지만 현재에도 다국적 기업 간 분쟁와 같이 일률적인 법률 하에 있지 않은 주체 간의 분쟁에서도 대부분 적당한 합의와 중재를 거쳐 해결된다는 점에서 안캡 사회에서의 법률 서비스도 비슷한 절차를 따를 것이라는 상상이 가능합니다. 고도화된 치안서비스 제공업자들은 서로간의 합의점이 있을 것이고 애초에 그런 가정 하에 고객을 받겠죠. 결국 그들이 '처벌'을 내리게 될 것입니다. 권위는 누가 부여해줄 수 있는 거냐고 물으셨는데, 이 경우 바로 그 처벌을 받을 당사자 자신이 사전에 그 권위를 부여했다는 거죠. 스스로 계약을 했으니까요.
둘째 케이스로 그 어떤 경우에도 물리적 폭력을 동원하는 것은 논리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입장이 있습니다. 이 경우 저런 악덕과 범죄를 어떻게 막느냐는 반론이 있는데 역시 문제는 없습니다. 왜냐하면 사회에서 다른 이와 협력하지 않고 사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범죄자라고 하더라도 몰수나 감금과 같은 물리적 폭력을 동원할 수 없다? 아무 문제 없습니다. 치안회사는 그들과의 거래를 파기하고 그들에게 씌워준 보호의 우산을 거두면 됩니다. 이것은 전혀 물리적 처벌이 아니죠. 하지만 범죄자는 어떻게 될까요? 이제 그들은 범죄를 당해도 보호해줄 사람이 없습니다. 그들은 이제 범죄의 표적이 되고, 문명사회로부터 추방되어 비참한 최후를 맞게 될 수 있습니다. 이것은 감당할 수 없는 선택지이기 때문에 그들은 치안회사의 처벌을 사실상 자발적으로 받아들이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선택지가 없을 겁니다. 끝까지 받아들이지 않는다? 가능합니다. 하지만 이제 그들은 분노한 피해자와 대중들의 선택을 받아야 할 것입니다. 이렇게 논리적 모순 없이 악덕은 교정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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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plies (1)
저의 궁금증을 스스로도 문장으로 잘 표현하지 못하고 있었는데 명료하게 정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B 로부터 A 가 돈을 빨리 받아내는데에 저의 초점이 쏠려 다소 넓게 생각해보지 못한거 같기도 합니다. 이에는 지금의 보험사들이 보이는 믿음직스럽지 못한 행태 또한 영향이 있었던거 같은데, 이런 행태는 자유시장에서 자연스럽게 해소될 수 있을거 같네요. 좀 더 생각해보겠습니다.
답변 감사드립니다🙌🏻